[인터뷰] 이경화 시의원,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 소유물로 착각 말아야” 

▲ 서산시의회 이경화 의원은 부모들을 비롯한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만 아동학대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지난해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자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구 18만여명의 중소도시인 서산시에서도 2018년 174건(남아 91명, 여아 83명), 2019년 160건(남아 106명, 여아 54명) 등 만만치 않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접수 건수)

아동학대 종류도 정서학대를 비롯해 중복학대, 방임학대, 신체학대, 성학대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 내 주변에는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가 없는지 시민들의 절실한 관심이 필요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14일 '서산시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와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하는 등 다양한 아동학대 관련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경화 시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는 심각한 아동학대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서산시도 잊을만하면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고 있다. 아동학대란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가?

관련법인 아동복지법을 보면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및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 
학대라는 단어의 느낌 때문에 심각한 가해 행위만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법에 나와 있듯 유기와 방임 등의 행위도 모두 포함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동학대가 발생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전통적으로 아이들의 훈육을 위해서는 매를 들어도 된다는 오랜 전통도 아동학대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는 부모를 비롯한 가해자가 학대와 훈육을 혼동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부모들의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학대로 표출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지난 4월 7일 5분발언에서 이경화 시의원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분 발언을 통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확충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서산시에는 지난해 10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3명 배치됐고, 올해 1월부터는 아동보호팀이 신설돼 운영 중이다. 연평균 아동학대 신고 건수 70명당 1명을 적용한 행정안전부 기준에는 충족하지만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가 권장하고 있는 50명당 1명을 기준으로 하면 1명 부족한 상태다. 전담 공무원의 부족상황은 비단 서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56곳으로 24%에 불과하다. 아예 없는 곳도 45%인 10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의 근무여건은 어떤 상황인가?

전담공무원의 임무와 책임은 막중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하고, 아동과 부모를 분리시키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최종적으로 학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담공무원이 내린다. 전담공무원이 오판을 하면 피해 아동이 방치돼 더 큰 일을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멀쩡했던 가정이 파탄을 맞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2인 1조 출동이 원칙인데 전담인력이 3명이다보니 때로는 밤을 새운 다음 정상 출근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해 '기피부서'로 낙인찍혀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결방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시급한 실질적 지원방안은 인력 확충이다. 서산시에서도 조만간 인력확충을 계획하고 있는데 인력이 보충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향상된 아동학대 대응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더 전문적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공무원들이 전담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업무분장에 따라 자주 자리를 이동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서산시의 아동학대 관련 행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앞서 이야기했듯 전국 지자체 중 전담공무원 배치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56곳 24%에 불과하고, 아예 없는 곳도 102곳에 달하는 것이 아동학대와 관련한 현 주소다. 반면 서산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편이다. 아동보호팀이 활동하고 있고, 지난 해 10월 여아 전용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또한 올해는 남아 전용 쉼터도 운영할 예정인데 이 시설을 다른 지역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서산시가 상대적으로 앞서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다양한 행정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산시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와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후 지역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할수록 서산시와 협업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와 아동관련 종사자들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동학대의 완벽한 근절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아동학대를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시민의식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정서적 학대다. 아이들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든 서산시민들이 함께해주기를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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