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종씨앗 지킴이 유일순 씨...농업의 가치 알리는데 앞장

▲ 화가이자 채소소믈리에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유일순 씨는 토종씨앗 지킴이로도 활동하며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화가와 채소소믈리에란 남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유일순(47)씨는 토종씨앗과 인연을 맺으면서 더욱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토종씨앗을 활용해 생태미술이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고, 좋은 채소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넘어 힘을 잃어가는 우리 농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평생 땅과 함께 살아온 농부들도 농사를 접는 판국에 생판 초보인 아이들 엄마가 농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염려스러웠던 탓이다. 하지만 하늘이 점지해준 인연 탓일까? 유 씨는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공부하다보니 소믈리에가 됐고, 평생을 농부로 살아 온 양가 부모님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농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미술 작업도 자연적으로 농업과 농촌 등이 소재가 되더군요”

▲ 화가와 채소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순 씨는 농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 농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전시회에서 토종씨앗을 소재로 한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재 유 씨는 지역 내 여러 유치원과 학교에서 방과후수업과 정규수업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채소와 토종씨앗 등을 재료로 활용해 각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채소나 과일, 토종씨앗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요즘은 자신의 전공인 미술을 접목시켜 다양한 생태미술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중이다.

노인요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채소아트 테라피도 반응이 좋다. 어르신들에게 친근한 채소나 과일을 교구로 활용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함께 맛있게 먹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치유가 이뤄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칭찬받을 만한 이야기지만 유 씨의 진짜 기특함(?)은 따로 있다. 앞서 이야기한 토종씨앗에 대한 열정이다.     

▲ 지난해 충남 서산의 한 농가에서 토종씨앗을 얻고 있는 유일순 씨. 생판 모르는 농가를 찾아가 토종씨앗을 얻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 씨는 우리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데 힘을 보탠다는 심정으로 즐겁게 해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하는 서산태안씨앗도서관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 씨는 지난해 서산시 음암면과 운산면의 농가에서 얻은 120여종의 토종씨앗을 산림청에 등록했다. 생판 모르는 집을 찾아가 씨앗을 얻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유 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해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지청구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찬찬히 전후 사정을 들으신 후에는 그런 것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왔냐며 고마워하십니다. 감염 걱정 때문에 가족 간의 왕래도 뜸해지다 보니 사람이 그리웠던 거죠”

농촌현실을 직접 피부로 느낀 탓일까? 토종씨앗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는 유 씨는 토종씨앗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농촌의 어르신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다 뭐다 해서 녹록치 않은 현실이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해미면과 고북면의 산과 들을 누벼볼 심산이다. 지난해까지는 혼자였지만 올해는 우리의 농업과 이를 지탱해주는 토종씨앗에 대한 가치를 함께 나눌 든든한 응원군까지 생긴 탓에 더 힘이 솟는다.

▲ 대한민국 농촌과 농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 꼭 보존해야할 토종씨앗들.

유 씨는 갈수록 욕심쟁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주민들과 토종작물을 재배해 판매까지 해봤으면 좋겠다는 쉽지 않은 목표를 이루기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구를 살리는 슬로우 푸드’를 비롯한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고 있고, 대학에 편입해 6차산업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또 광학현미경으로 토종씨앗들을 관찰해 세밀화를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날이 갈수록 식량주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술과 채소, 토종씨앗 등을 통해 농업에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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