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들과 단골손님들, 원도심 지키기 위한 여정에 동참

▲ 이날 행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됐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원도심은 예스럽다. 옛것에는 추억이 배어있고, 이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원도심을 찾는다.

지난 17일 충남 서산시의 대표적 원도심인 번화로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노래자랑도 촌스러웠지만 푸근한 추억이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랑만작당반상회가 주최하고, 서산시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우리고객을 소개합니다’란 제목의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다.

한 세대를 떵떵거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화려했던 거리가 원도심이란 딱지표가 붙으며 을씨년스러운 변두리로 변했지만 이날 모인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들에게는 겹겹이 쌓인 추억을 양분으로 해 자라난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행사는 가게 홍보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정 하나로 오랜 세월 잊지 않고 원도심의 상가들을 찾아주는 단골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새내기 고객들을 위한 자리였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노래자랑이었지만 단골손님과 점주들에게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거리에 온기를 불어넣어보자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더 남달랐을지도 모른다.

▲ 서산이 낳은 가무악 트롯소녀 조경림 양
▲ 출연자들의 흥겨운 모습.

이날 행사 비용의 대부분은 참석자들의 상금으로 나갔다. 홍보비와 출연료도 대폭 줄였다. 서산이 낳은 가무악 트롯소녀 조경림 양과 우정출연에 이어 사회까지 맡아준 가수 장미희, 김동은 씨의 통 큰 배려가 한몫을 보탰다.

1~3위까지 입상자를 비롯해 아찔상, 응원상, 인기상, 열정상 등 모든 수상자들에게는 원도심상품권이 지급됐다. 그리고 이 상품권을 점주들은 서산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해 원도심을 비롯한 지역 경제에 골고루 퍼지게 했다. 

▲ 이날 행사는 점주와 단골손님이 그동안 쌓인 추억과 의리를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이날 모인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원도심은 앞으로 힘든 먼 여정을 떠나야하고, 끝까지 갈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함께 공유한 추억이 있는 까닭에 먼 여정을 겁 없이 함께 떠나볼 심산이다.

원도심 사람들은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파편을 아들에게 전해주고,  나이 지긋한 부부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말없이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자 한다.

알게 모르게 원도심에 새겨진 당신의 흔적. 더 늦기 전에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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